회사가 문을 닫으면, 내 주식은 얼마가 남을까

회사가 문을 닫으면, 내 주식은 얼마가 남을까요? 청산가치, 곧 회사가 가진 것을 팔고 빚과 정리 비용을 치른 뒤 주주 몫으로 남는 금액이 그 답입니다. 이 글은 안나가 마지막 셈에서 받은 동전으로 그 계산을 따라갑니다.

2편에서 안나는 배가 돌아온 뒤 몫의 일부만 받았습니다. 남은 짐과 배를 정리한 뒤의 셈이 이번 이야기입니다. 이미 받은 돈과 마지막에 받는 돈을 어떻게 나눠 세는지도 함께 봅니다. 배가 무사히 돌아온 것과 투자에서 이익이 난 것이 왜 다른지도 짚어 봅니다.

‘배 한 척을 나눠 가진 사람들’ 시리즈 3편입니다. 안나와 피터의 장면과 계산서의 숫자는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역사는 ‘알고 보면’에서 출처와 함께 따로 설명합니다.

안나의 이야기 — 마지막 셈

안나가 동전을 세고 피터가 장부를 짚으며 마지막 정산을 확인하는 가상 역사 장면.

배가 돌아온 뒤, 피터는 갚을 돈을 남겨 두고 몫의 일부만 먼저 나누었다. 그때 받은 동전 몇 닢을 안나는 침대 밑 주머니와 섞지 않고 따로 두었다. 이번 배의 셈이 어떻게 끝나는지부터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뒤로 피터는 창고에 남은 짐을 하나씩 팔았다. 배를 살 사람도 찾았다.

따로 둔 동전을 볼 때마다, 안나는 배가 바다 위에 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는 내 조각이 얼마짜리일까 가끔 짐작했다. 배가 무사히 돌아올지, 짐이 얼마에 팔릴지 아무도 몰랐으니 그 값은 짐작일 뿐이었다. 마지막 셈이 끝나면 그 짐작이 얼마나 맞았는지 알게 될 것이었다.

남은 짐과 배까지 다 팔리자, 피터는 약속대로 조각을 낸 사람들에게 마지막 셈을 하자고 알렸다. 그날 피터의 집 탁자 위에 두꺼운 장부가 펼쳐졌다. 조각을 낸 사람들이 다시 둘러앉았다. 오늘은 시중을 드는 자리가 아니었다. 안나도 앞치마를 벗고 탁자 끝에 앉았다.

“먼저 판 것부터 셉시다.” 피터가 장부를 짚었다.

첫 줄에는 화물을 판 돈이 적혀 있었다. 배와 선원에게 들어간 값은 이미 치르고 남은 돈이었다.

다음은 배였다. 장부에는 배를 사들일 때 적어 둔 값이 있었다. 하지만 오랜 항해를 마친 배는 돛이 해지고 바닥에 따개비가 잔뜩 붙어 있었다. 배는 장부에 적힌 값보다 훨씬 싸게 팔렸다.

“장부에 적힌 값과 실제로 팔리는 값은 다르군요.” 목수가 중얼거렸다.

안나는 배 값이 적힌 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장부에 적혀 있다고 그만큼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다음은 갚을 것들이었다. 떠나기 전 식량과 밧줄을 사느라 빌린 돈에 이자를 붙여 갚았다. 창고 삯, 경매인 수수료, 장부를 정리한 사람의 품삯도 뺐다.

“배가 돌아온 뒤 먼저 나눈 돈도 빼야지요. 그건 이미 받아 갔으니까.” 피터가 한 줄을 더 짚었다.

“이제 남은 것이 우리 마지막 몫입니다.” 피터가 남은 돈을 열 무더기로 나누었다.

안나는 자기 무더기를 세었다. 그리고 침대 밑에 따로 두었던 동전을 떠올렸다. 이 투자로 모두 얼마가 돌아왔는지 알려면 먼저 받은 그 동전도 더해야 했다. 둘을 합친 돈은 처음 낸 돈보다 많았다.

바다 위에서 떠올렸던 짐작은 이제 셈이 끝난 동전으로 바뀌어 있었다. 장부의 배 값으로 셈했다면 더 많았을 것이다. 짐작과 확정은 달랐다.

마지막 셈의 계산서

아래 표는 배가 돌아온 뒤부터 마지막 셈까지를 한 장에 모은 것입니다. 왼쪽은 정리하기 전 장부의 배 값으로 셈해 본 예상이고, 오른쪽은 실제로 팔고 갚은 뒤의 결과입니다.

순서항목 (조각 10개 전체)정리 전 예상정리 후 확정
판다화물을 판 돈
배·선원 비용을 이미 치른 뒤
+1,500+1,500
판다배를 판 돈+400
장부의 값
+250
실제로 팔린 값
갚는다빌린 돈과 이자−300−300
뺀다정리 비용
창고 삯·경매 수수료·장부 정리 품삯
−50−50
뺀다배가 돌아온 뒤 먼저 나눈 돈
조각마다 20씩
−200−200
남는다마지막에 나눌 돈1,3501,200
나눈다조각 하나의 마지막 몫135120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지어낸 예시입니다. 화물을 판 돈은 배와 선원 비용을 이미 치른 뒤의 금액이라, 그 비용을 다시 빼지 않았습니다. 예상과 확정이 다른 까닭은 배 한 척의 값입니다.

조각 하나로 보면

안나의 조각 하나정리 후 확정
처음 낸 돈100
배가 돌아온 뒤 먼저 받은 돈20
마지막 셈에서 받은 돈120
이 투자로 받은 돈 전체140
투자이익 (140 − 100)+40

마지막 셈에서 받은 120과 받은 돈 전체 140을 헷갈리지 마세요. 140은 먼저 받은 20을 더한 값입니다. 같은 20을 두 번 세지 않도록, 표 ①에서는 먼저 나눈 돈 200을 뺀 뒤 마지막 몫을 셈했습니다. 세금은 고려하지 않은 가상 예시입니다.

청산가치, 문을 닫으면 주주에게 남는 몫

오늘날의 회사도 문을 닫을 때 안나의 탁자와 비슷한 순서를 밟습니다. 회사가 가진 것(공장, 기계, 재고, 받을 돈 등)을 팔아 돈으로 바꿉니다. 빚을 갚고, 정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뺍니다. 남은 것을 주식 수로 나누면 주식 한 주의 몫이 나옵니다.

이미 주주에게 나눠 준 돈이 있다면 따로 셉니다. ‘지금 남은 몫’과 ‘투자에서 돌아온 돈 전체’는 다른 질문입니다. 안나의 120과 140이 그 차이입니다.

청산 몫 120을 그대로 이익으로 읽어서도 안 됩니다. 받은 돈 전체 140 가운데 100은 처음 낸 돈, 곧 원금을 되찾은 것입니다. 원금 100을 제외한 이익은 40입니다.

배가 무사히 돌아왔다고 이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닙니다. 안나의 배는 돌아왔지만 장부의 값보다 싸게 팔렸습니다. 판 값이 더 낮거나 빚이 더 많았다면, 받은 돈 전체가 100보다 적었을 수도 있습니다.

예상한 값과 확정된 몫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도 “다 팔고 다 갚으면 얼마가 남을까”를 셈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은 예상입니다. 실제로 팔고 갚은 뒤에 남은 금액이 확정된 몫입니다. 예상이 맞을 수도 있고, 안나의 배처럼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주주는 맨 마지막에 받는다

회사가 파산해 자산을 처분하면, 주주는 돈을 빌려준 사람들(채권자)보다 뒤에 받습니다. 빚을 다 갚고 남은 것이 있어야 주주 몫이 생깁니다. 남은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SEC Investor.gov, Stocks)

장부에 적힌 값과 실제로 팔리는 값

회사의 장부(재무제표)에는 회사가 가진 것의 금액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을 장부금액이라고 합니다.

문을 닫으며 실제로 팔 때 받는 돈은 처분금액입니다. 처분금액은 장부금액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더 낮아지는 경우: 급하게 팔아야 하면 제값을 받기 어렵습니다. 그 회사만 쓰던 기계는 사려는 사람이 적습니다. 유행이 지난 재고는 헐값이 되기도 합니다. 받을 돈 가운데 끝내 못 받는 것도 생깁니다. 안나의 배가 그랬습니다.
  • 더 높아지는 경우: 오래전에 산 값으로 장부에 적힌 땅처럼, 그동안 시세가 오른 자산은 장부보다 비싸게 팔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장부만 보고 셈한 몫과 실제로 정리한 뒤 남는 몫은 다를 수 있습니다.

청산가치는 언제 떠올리는 질문일까

오늘날 대부분의 회사는 문을 닫을 계획 없이 계속 일합니다. 그래서 주식의 값은 청산가치보다 훨씬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청산가치를 따져 보는 것은 쓸모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지금 멈춘다면 내 몫으로 무엇이 남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답도 처분금액에 따라 흔들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회사가 끝나지 않는다면 조각의 값은 무엇으로 정해질까요? 이 질문은 시리즈 A05·A06편에서 이어집니다.

정리

  • 청산가치는 가진 것을 팔고 빚과 정리 비용을 뺀 뒤 주주 몫으로 남는 금액이다.
  • 이미 나눠 받은 돈은 따로 센다. 마지막 몫(120)과 받은 돈 전체(140)는 다르다.
  • 받은 돈 전체 140 가운데 100은 원금을 되찾은 것이고, 원금을 제외한 투자이익은 40이다.
  • 정리 전에 셈한 값은 예상이다. 실제로 팔고 갚은 뒤 남은 금액이 확정된 몫이다.
  • 주주는 빚을 갚은 뒤에 남은 것을 받는다. 배가 무사히 돌아와도 이익이 보장되지는 않고, 남는 것이 없을 수도 있다.

노트에 한 줄

이 회사가 지금 문을 닫는다면, 빚을 갚고 내 주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알고 보면 — 동인도회사도 처음에는 ‘청산할 회사’였다

1602년 동인도회사가 받은 특허는 21년짜리였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10년 뒤 전체를 정리하고 자본을 투자자에게 돌려줄 계획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동인도회사도 안나의 배처럼 언젠가 마지막 셈을 맞을 회사였던 셈입니다.

그 계획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A05편에서 이어집니다.

출처: Gelderblom, De Jong & Jonker, “The Formative Years of the Modern Corporation”, 작업 논문판(2012) 본문 6쪽(PDF 9쪽). 학술지판: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73(4), 2013.

그렇다면 1602년, 이 회사에는 누가 돈을 냈을까요?

다음 글 — 1602년, 하녀도 투자한 첫 공모

안나와 피터, 마지막 셈의 장면과 계산서의 숫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지어낸 것입니다.

참고 자료: Gelderblom, O., De Jong, A. & Jonker, J. (2013), “The Formative Years of the Modern Corporation”,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73(4), 1050–1076 (출판사 · 공개 원문, 작업 논문판). U.S. SEC, Investor.gov “Stocks”.

이 글은 주식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며, 특정 상품이나 종목의 투자를 권하거나 말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