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돌아왔는데, 내 돈은 왜 아직 묶여 있을까

투자한 돈은 언제, 어떻게 돌아올까요? 주식을 처음 사 본 사람도, 손실을 겪어 본 사람도 한 번쯤 품는 질문입니다. 동인도회사 이전 투자자들에게 답은 단순해 보였습니다. 배가 돌아와야 돈도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셈이 십수 년 늦어지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지분을 넘기는 길도 좁게나마 있었습니다. 이 글은 1602년 이전의 항해별 회사가 돈을 어떻게 모으고 나눴는지 살펴봅니다. 배가 돌아와도 짐이 팔려야 돈이 생기고, 판 돈이 모두 투자자의 몫은 아니었다는 점도 함께 봅니다.

‘배 한 척을 나눠 가진 사람들’ 시리즈 2편입니다. 1편 「주식은 왜 생겨서 사람을 힘들게 할까」에서 안나는 배 한 척의 조각을 내 보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뒤의 이야기입니다. 안나와 피터의 장면은 지어낸 이야기입니다. 실제 역사는 본문에서 출처와 함께 따로 설명합니다.

안나의 이야기 — 배가 돌아온 날

며칠이 지나도록 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릇을 닦으면서도, 묶어 둔 주머니 생각이 자꾸 났다.

어느 저녁, 피터가 부엌에 들러 배에 실을 식량을 셈하다가 말했다. 조각을 낼 사람은 이번 주 안에 정해야 한다고 했다. 안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먼저 입을 열었다. 하녀가 주인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흔치 않았다.

“배가 돌아오지 않으면, 낸 돈은 어떻게 되나요?”

“잃는 거요. 나도 같은 배에 내 돈을 넣으니, 나도 마찬가지고.” 피터는 둘러대지 않았다.

“돌아오면요? 언제쯤 돌려받을 수 있나요?”

“배가 돌아와 짐을 팔아 봐야 알 수 있소. 언제라고 약속할 수는 없소.”

안나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피터가 자기 돈을 같은 배에 넣는다는 말은 마음에 남았다. 침대 밑 주머니는 몇 해를 모아도 조금씩만 불었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다른 일을 골라 보겠다는 바람도 바람으로만 남을 것 같았다.

그날 밤 안나는 다시 주머니를 풀었다. 동전을 두 무더기로 갈랐다가, 배에 넣을 쪽에서 몇 닢을 도로 덜어 냈다. 일을 못 하는 날을 버틸 만큼은 남겨 두어야 했다. 나머지는, 언젠가 하고 싶은 일을 고를 수 있는 날을 위해 걸어 보기로 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안나도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안나는 배에 넣을 돈만 담은 작은 주머니를 피터에게 내밀었다. 생활을 위해 남긴 돈은 침대 밑 주머니에 그대로 두었다. 얼마 뒤, 배가 항구를 떠났다는 소식이 부엌까지 들려왔다.

기다림, 그리고 동전 몇 닢

배가 떠난 뒤로 안나에게는 버릇이 하나 생겼다. 장에 나가면 항구에서 온 소식부터 들었다. 어느 배가 폭풍에 가라앉았다는 말이 돌던 밤에는, 그것이 피터의 배가 아니기를 빌며 침대 밑 주머니를 만져 보았다. 남겨 둔 돈이 아직 거기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두 해쯤 지난 어느 아침, 항구에서 종이 울렸다. 돛이 해진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종소리를 들은 피터가 서둘러 항구로 나갔다. 안나는 부엌일을 하며 피터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해 질 무렵 돌아온 피터는 그 배가 무사히 들어왔다고 했다.

배가 돌아온 뒤, 배에 실린 후추와 정향은 창고로 옮겨져 팔리기 시작했다. 짐이 팔려야 나눌 돈도 생겼다. 얼마 뒤, 피터는 조각을 낸 사람들을 탁자로 불렀다. 안나도 그 자리에 불려 갔다.

피터는 판 돈에서 배와 선원에게 들어간 값을 먼저 뺐다. 빌린 돈을 갚을 몫도 남겨 두었다. 그리고 남은 돈 가운데 일부를 낸 만큼 먼저 나누었다. 안나의 손에도 동전 몇 닢이 쥐어졌다. 처음 낸 돈에는 아직 못 미쳤다.

안나는 손바닥의 동전을 내려다보았다. 짐을 팔아 봐야 안다는 말은 들었다. 그래도 배가 들어온다는 종소리를 들은 순간, 돈도 다 돌아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후추를 판 돈이 모두 조각을 낸 사람들의 몫은 아니었다. 배가 무사하다는 안도와, 이것뿐인가 하는 서운함이 함께 올라왔다.

“나머지는요?”

그것으로 끝은 아니었다. 창고에는 아직 팔지 못한 짐이 남아 있었다. 배를 팔지, 다시 띄울지도 정해야 했다. 피터는 장부를 덮으며 말했다.

“마지막 셈까지는 한참 걸릴 거요. 다 끝나면 그때 남은 것을 다시 나눕시다.”

남은 짐과 배까지 정리하고 셈을 마친 뒤, 남는 것이 있으면 나누어 갖는다. 이것을 청산이라고 한다.

상인들은 받은 돈을 들고 각자의 일로 돌아갔다. 마지막 셈 소식은 피터가 알려 주기로 했다. 그 가운데 몇몇은 벌써 다음 배에 넣을 돈을 세고 있었다. 안나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침대 밑에 남긴 생활할 돈은 건드릴 생각이 없었다. 이번 배의 셈이 어떻게 끝나는지부터 보고 싶었다. 안나는 받은 동전을 침대 밑 주머니와 섞지 않고 따로 두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의 돈 같았다.

일부 투자금을 나눈 뒤 돈주머니를 챙겨 떠나는 상인들과, 남은 장부와 짐 곁에 선 안나의 가상 역사 장면
몫의 일부를 나눈 뒤 상인들은 각자의 일로 돌아갔다. 마지막 셈은 남아 있었다.

동인도회사 이전, 항해마다 따로 세운 회사

안나가 참여한 방식은 정해진 일 하나를 위해 모였다가, 일이 끝나면 셈을 마치는 동업입니다. 오늘날로 치면 프로젝트 투자와 비슷합니다. 영화 한 편을 만들려고 투자자를 모으고, 상영이 끝나면 수익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1595년부터 1602년까지 이런 회사를 여럿 세워 아시아로 배를 보냈습니다. 암스테르담에서만 배 50척이 떠났고, 미델뷔르흐·로테르담·델프트·엥크하위전에서 30척이 더 떠났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49–650쪽)

큰돈, 긴 시간, 큰 위험

아시아로 가는 배는 한 척에 약 10만 길더가 들었습니다. 아프리카나 카리브해로 가는 배보다 두 배에서 네 배 많은 돈입니다. 왕복에는 2년쯤 걸렸습니다. 1595년부터 1601년 사이에 떠난 배 가운데 20% 넘게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48쪽)

지분은 누가 샀을까

이야기에서는 하녀인 안나도 조각을 냈습니다. 실제로는 누가 지분을 샀을까요? 이 회사들은 몇몇 상인이 이사회를 꾸려 운영했습니다. 이사들은 가족, 친구, 거래 상대에게 지분을 쪼개어 팔았습니다. 지분을 산 사람은 낸 돈만큼 이익과 손실을 나눴습니다. 하지만 경영에는 말할 권리가 없었습니다. 지분을 산 사람은 낸 돈까지만 책임진다고 이해되었습니다. 이를 유한책임이라고 합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49쪽)

배가 돌아오면 셈이 끝났을까

첫 배당이 끝이 아니었다

안나가 받은 동전 몇 닢처럼, 배가 돌아오면 투자자는 첫 배당을 받았습니다. 때로는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셈이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남은 상품과 재산을 돈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1편에서는 항해가 끝나면 셈을 마치고 흩어지는 회사의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배가 돌아오는 날과 마지막 정산일은 같지 않았습니다. 초기 항해 가운데 몇몇은 정산을 마치는 데 10년에서 15년이 걸렸습니다. 1598년 판 넥이 이끌고 떠난 배 여덟 척의 투자자들은 1613년에야 마지막 배당을 받았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48–649쪽)

그러니 ‘청산하면 깔끔하게 끝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것과 그 끝이 빨리 온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회사는 흩어져도 돈과 사람은 이어졌다

이야기 끝에서 몇몇 상인은 셈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배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회사는 항해마다 셈을 마쳤지만, 경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초기 원정은 대체로 수익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사들은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다음 원정으로 옮겨 넣자고 어렵지 않게 설득했습니다. (Gelderblom·De Jong·Jonker 2013) 1602년 동인도회사가 세워질 때도 많은 상인이 이전 항해에서 번 돈으로 새 회사의 지분을 샀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51쪽)

중간에 돈이 필요하면 지분을 팔 수 있었을까

안나는 배에 넣은 돈을 중간에 꺼낼 수 없다고 여기고, 생활할 돈을 따로 남겼습니다. 실제로 배가 돌아오기 전에 돈이 급해지면 어떻게 했을까요?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는 있었습니다. 암스테르담 공증 문서에는 1597년부터 1606년 사이 아시아 원정 지분을 넘긴 기록이 열두 건쯤 남아 있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54쪽 주석 52)

하지만 사려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지분 거래는 사정을 잘 아는 수십 명 안쪽에서만 이뤄졌습니다. 바깥 사람은 회사 형편을 알아보기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분은 원할 때 바로 팔기 어려웠습니다. 주인은 주로 파산이나 상속 때 바뀌었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53–654쪽)

1602년,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남았나

1602년 여러 회사가 합쳐 동인도회사가 되었습니다. 초기 원정 몇몇이 아직 바다 위에 있을 때였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51쪽)

새 회사는 투자자에게 10년 동안 돈을 맡기게 했습니다. 대신 회사 장부에 이름을 옮겨 적는 절차로 지분을 넘길 수 있게 정했습니다. (Gelderblom·Jonker 2004, 653쪽)

그렇다고 1602년에 오늘날의 주식회사가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동인도회사도 처음에는 10년 뒤 청산하고 돈을 돌려줄 계획이었습니다. (Gelderblom·De Jong·Jonker 2013)

정리

  • 동인도회사 이전 투자는 원정마다 회사를 세우고, 배가 돌아오면 나누는 방식이었다.
  • 배가 돌아와도 짐이 팔려야 돈이 생겼다. 판 돈에서 비용을 치르고 남은 것 가운데 일부가 먼저 나뉘었다.
  • 정산은 배가 돌아온 날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셈까지 10년 넘게 걸린 원정도 있었다.
  • 지분을 넘길 수는 있었지만 사려는 사람이 적어, 필요할 때 돈으로 바꾸기 어려웠다.
  • 1602년 동인도회사는 장부로 지분을 넘길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 회사도 10년 뒤 청산할 계획이었다.

노트에 한 줄

내가 넣은 돈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다시 돈이 될 수 있을까?

알고 보면 — 실제 상인 한스 테이스의 장부

한스 테이스는 1590년대에 안트베르펜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옮겨 온 상인입니다. 그의 장부가 남아 있어, 당시 투자자가 돈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테이스는 1598년부터 1602년까지 암스테르담의 아시아 원정 회사 가운데 하나만 빼고 모두에 투자했습니다. 넣은 돈은 모두 15,950길더였습니다. 그는 이익을 다시 넣고, 돈을 빌리고, 선박·식민지 회사 지분의 3분의 1을 장인에게 팔아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1602년 8월까지 그는 상인과 상인의 미망인 24명에게 3만 길더어치 차용증을 써 주었습니다. 이자는 7~8%였습니다. 같은 해 그는 동인도회사 지분 1만 2천 길더를 청약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원정에서 돌아온 돈으로 몇 차례에 나눠 냈습니다.

출처: Gelderblom·Jonker (2004), 646·648·651–652쪽.

안나에게는 아직 마지막 셈이 남았습니다. 남은 짐과 배를 팔고 빚과 비용까지 치르고 나면, 안나의 몫으로는 얼마가 남을까요?

다음 글 — 회사가 문을 닫으면, 내 주식은 얼마가 남을까

안나와 피터, 그들의 대사와 장면은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로 1602년 이전 지분은 주로 이사들의 가족·친구·거래 상대에게 팔렸습니다. 하녀가 지분을 사는 장면은 이야기를 위해 꾸민 것입니다.

참고 자료: Gelderblom, O. & Jonker, J. (2004), “Completing a Financial Revolution”,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64(3), 641–672 (출판사 · 공개 원문). Gelderblom, O., De Jong, A. & Jonker, J. (2013), “The Formative Years of the Modern Corporation”,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73(4), 1050–1076 (출판사 · 공개 원문, 작업 논문판).

이 글은 주식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며, 특정 상품이나 종목의 투자를 권하거나 말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