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10년 뒤 정리하기로 한 회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영구 자본, 곧 정해진 때가 와도 회사가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계속 쓰는 자본이 그 답입니다. 1612년 동인도회사는 예정된 정리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그 결정이 주주가 돈을 돌려받는 길을 어떻게 바꿨는지 살펴봅니다.
‘영구’라는 말이 회사가 영원히 산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금을 지켜 준다는 뜻도 아닙니다. 투자자가 정해진 때에 회사에서 자본을 돌려받는 길이 닫혔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배 한 척을 나눠 가진 사람들’ 시리즈 5편입니다. 안나(1612년 37세)와 피터, 이웃의 장면과 대사는 지어낸 것입니다. 실제 역사는 본문에서 출처와 함께 따로 설명합니다. 안나는 1편 「주식은 왜 생겨서 사람을 힘들게 할까」에서 처음 등장한 인물입니다.
안나의 이야기 — 열 해가 지난 여름
1612년 여름, 안나는 서른일곱 살이 되었다. 장부에 이름을 올린 지 꼭 열 해였다. 처음 들은 대로라면, 올해는 회사가 셈을 하고 돈을 돌려줄지 묻는 해였다.
안나는 그 셈을 기다려 왔다. 셈을 받아 보고, 돈을 돌려받을지 다시 넣을지 스스로 고를 생각이었다. 열 해 전 품었던, 부엌일이 아닌 다른 일을 골라 보고 싶다는 바람도 그 셈에 걸려 있었다.
시장에는 다른 소문이 돌았다. 회사가 올해 정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문이 맞다면, 돌려받을지 다시 넣을지 고를 기회도 사라지는 셈이었다.
이웃의 옷감 장수가 안나를 붙잡았다. 딸의 혼례 비용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돈을 돌려받을 줄 알았는데, 이제 어쩌지요?”
옷감 장수의 걱정은 당장 쓸 돈이었다. 안나가 알고 싶은 것은 조금 달랐다. 열 해를 기다려 온 셈이 정말 미뤄지는지, 그렇다면 넣은 돈은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는지였다.
처음 그 계획을 알려 준 사람은 피터였다. 안나는 피터를 찾았고, 항구에 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항구에 가 보니 피터가 배에서 내린 짐을 살피고 있었다.
“회사가 올해 셈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그럼 넣은 돈은 어떻게 돌려받나요?” 안나가 물었다.
“소문대로라면, 올해 셈을 해서 넣은 돈을 돌려주는 일은 없을 거요. 회사는 그 돈으로 배를 계속 보낼 생각이오.” 피터가 말했다.
“그럼 내 몫을 돈으로 바꾸고 싶으면요?”
“사 줄 사람을 찾을 수 있소. 장부에서 이름을 넘기는 길은 처음부터 있었소. 다만 그 값은 회사가 정해 주지 않소.”
안나는 들은 말을 하나씩 맞춰 보았다. 회사는 정해 두었던 셈을 하지 않고, 넣은 돈을 계속 쓴다. 몫을 팔면 돈은 회사가 아니라 사는 사람에게서 온다. 회사의 돈은 그대로이고, 장부의 이름만 바뀐다.
안나도 회사가 번 것을 주주에게 나눠 준 일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정해 둔 셈을 해서 넣은 돈을 돌려주는 일과는 달랐다. 몫을 팔지 않고 계속 지닌다면, 내 돈은 이제 어떤 길로 돌아오게 될까?
실제 역사: 10년 셈은 어떻게 멈췄나
1602년 동인도회사가 받은 특허와 무역 독점은 21년짜리였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자본은 10년 동안만 묶어 두기로 했습니다. 그 뒤에는 셈을 해서 돌려주거나, 원하는 사람은 다시 넣게 할 예정이었습니다. (Gelderblom 외, 작업 논문판, 6쪽)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7쪽)
회사는 아시아에 거점과 요새를 두고 군함을 보내는 오래 걸리는 투자를 하고 있었습니다. 10년 뒤 정리할 회사라면 이런 투자를 이어 가기 어려웠습니다. (Gelderblom 외, 작업 논문판, 12쪽)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22쪽)
1612년 7월 31일, 네덜란드 연방의회는 정리를 정한 특허 조항을 정지했습니다. 회사의 자본은 사실상 영구 자본이 되었습니다.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23쪽) (Gelderblom 외, 작업 논문판, 16쪽)
모든 주주가 반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정리를 하지 않는 것은 주주에게 부당하다는 항의가 있었고, 소송을 하겠다는 주주도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 변경이 개인 주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봅니다. (Gelderblom 외, 작업 논문판, 12–13쪽)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22–23쪽)
그 오래 걸리는 투자에는 요새와 군함, 전쟁이 들어 있었습니다. 동인도회사의 영구 자본을 좋은 무역 회사의 성공담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영구 자본, 돈이 돌아오는 길이 바뀌다
정리가 예정된 회사에서는 투자자의 돈이 회사에서 돌아옵니다. 정해진 때에 회사가 셈을 하고, 남은 것을 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영구 자본이 되면 회사는 자본을 계속 씁니다. 투자자가 자기 몫을 현금으로 바꾸고 싶을 때는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길이 있습니다. 이때 돈은 사는 사람에게서 오고, 회사의 자본은 그대로 남습니다.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9쪽) 회사가 번 이익을 주주에게 나눠 주는 배당은 이와 별개의 길입니다.
회사에서 돌려받는 것과 남에게 파는 것은 다르다
회사가 자본을 돌려주는 것과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앞의 것은 회사의 돈이 줄어듭니다. 뒤의 것은 주인만 바뀝니다.
이사회는 주주가 주식을 팔 수 있으니 정리를 멈춰도 해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23쪽) 하지만 파는 값은 회사가 정해 주지 않습니다. 사려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원하는 값에 팔린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몫을 넘기는 길이 1612년에 처음 생긴 것도 아닙니다. 1602년 특허에 이미 지분을 넘기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Dari-Mattiacci 외, Yale 작업 논문, 7쪽) 1612년에 달라진 것은, 정해진 때 회사에서 자본을 돌려받는 길이 닫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몫을 현금으로 바꾸려는 투자자에게는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길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영구’가 뜻하지 않는 것
- 회사가 영원히 산다는 뜻이 아닙니다. 회사도 실패하거나 문을 닫을 수 있습니다.
- 원금을 지켜 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식의 값은 오르기도 내리기도 합니다.
- 모든 주주가 원해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1612년의 결정은 나라가 내렸습니다.
오늘의 주식에서는?
오늘날 대부분의 주식회사도 정해진 날에 주주에게 자본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가진 주식을 현금으로 바꾸려면 대개 다른 사람에게 팝니다. 상장 주식이라도 언제나 원하는 때 원하는 값에 팔리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는 오르기도 내리기도 하며, 투자한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 SEC Investor.gov, Stocks FAQs)
그래서 주식을 살 때는 “이 돈을 현금으로 바꿀 때 누구에게서 받게 될까?”를 함께 생각해 볼 만합니다.
정리
- 영구 자본은 정해진 때가 와도 회사가 투자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계속 쓰는 자본이다.
- 동인도회사는 1612년 정리 조항이 정지되며 이렇게 되었다. 모든 주주가 동의한 일은 아니었다.
- 몫을 현금으로 바꾸려면 다른 투자자에게 파는 길이 있다. 이때 회사의 자본은 그대로이고, 값은 보장되지 않는다.
노트에 한 줄
내 돈은 회사에서 돌아오는가, 아니면 내 주식을 사 줄 다른 사람에게서 돌아오는가?
회사가 계속된다면, 그 이익은 어떻게 나눠 받을까요? 다음 글은 두 해 앞선 1610년으로 잠시 돌아갑니다.
다음 글 — 첫 배당은 향신료였다 — 배당가치란?
안나와 피터, 이웃 옷감 장수의 장면과 대사는 지어낸 것입니다. 연구 문장을 옮긴 것이 아닙니다.
참고 자료: Gelderblom, O., De Jong, A. & Jonker, J., “The Formative Years of the Modern Corporation” (작업 논문판, 2012 · 학술지판 The Journal of Economic History 73(4), 2013). Dari-Mattiacci, G., Gelderblom, O., Jonker, J. & Perotti, E., “The Emergence of the Corporate Form” (Yale 공개 작업 논문). 미국 SEC Investor.gov “Stocks FAQs”. 쪽수는 각 작업 논문의 인쇄 쪽수입니다.
이 글은 주식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며, 특정 상품이나 종목의 투자를 권하거나 말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