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100만 원을 맡겨도, 왜 어떤 돈에는 돌려줄 약속이 있고 어떤 돈에는 없을까요? 주식과 채권의 차이, 그 출발점은 사업의 몫을 갖는지 돈을 빌려주는지에 있습니다. 예금도 함께 놓고 보면, 이자·배당·돈을 되찾는 방법이 왜 다른지 보입니다.
‘배 한 척을 나눠 가진 사람들’ 시리즈 10편입니다. 앞 편의 유한책임은 회사 빚을 어디까지 부담하는지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처음 낸 돈을 돌려받을 권리와 수익의 성격을 구별합니다.
안나의 이야기 — 같은 돈, 다른 약속
1612년, 서른일곱 살 안나는 피터와 나눈 말을 되짚었다. 회사가 빚을 못 갚는다고 자기 살림에서 더 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 했다. 그렇다고 처음 맡긴 몫이 돌아온다는 약속까지 받은 것은 아니었다.
안나는 부엌일을 마친 뒤 동전 주머니를 챙겼다. 아직 쓰지 않은 돈과 회사에 맡긴 몫은 달랐다. 한데 둘 다 ‘맡긴 돈’이라고 부르니, 그 차이가 자꾸 흐려졌다.
“돈을 빌려주고 되받기로 한 것과, 장사의 몫을 가진 것은 다른 약속이지요?”

“그렇소. 돌려줄 돈을 약속한 것인지, 장사에서 남을 몫을 나누는 것인지부터 봐야지.”
안나는 주머니를 닫았다. 더 내야 할 돈만 따질 일이 아니었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 돈이 어떤 약속에서 나오는지도 알아야 했다.
이 질문을 오늘날의 주식·예금·채권에 대입해 봅시다. 아래 비교는 현대의 일반 보통주, 은행 정기예금, 보통의 고정금리 회사채를 기준으로 합니다. 당시 네덜란드에 오늘의 예금보호제도가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주식과 채권의 차이: 주인인가, 돈을 빌려준 사람인가
주식은 회사의 지분입니다. 주주는 사업의 성과에 따라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가 매년 정해진 배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것은 아닙니다. 일반 보통주에는 예금처럼 정해진 만기에 내가 산 값을 회사가 돌려주는 약속도 없습니다.
주식을 팔아 회수하는 돈은 회사의 원금 상환이 아니라, 사는 사람이 치르는 매매대금입니다. 앞서 살펴본 주식 매매에서 돈과 몫이 움직이는 경로를 떠올리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채권은 돈을 빌려준 데 따른 권리입니다. 회사채를 산 사람은 회사의 주주가 아니라 채권자입니다. 회사는 발행 조건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의무를 집니다. 그러나 의무가 있다는 말과 실제로 갚을 능력이 있다는 말은 다릅니다. (미국 SEC, Corporate Bonds)
예금은 은행에 돈을 맡기고 돌려받을 권리입니다. 예금자도 은행의 주주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기예금의 이자와 만기·중도해지 조건은 약정에 따릅니다. 예금과 채권 모두 지급 약속을 바탕으로 하지만, 중도 회수 방식과 적용되는 보호제도는 같지 않습니다.
| 비교 기준 | 은행 정기예금 | 일반 고정금리 회사채 | 일반 보통주 |
|---|---|---|---|
| 내가 가진 권리 | 은행에 예금을 돌려받을 권리 | 발행 회사에 원리금을 받을 권리 | 회사 지분과 주주의 권리 |
| 기대하는 수익 | 약정한 이자 | 약정 이자와 매매 시 가격 차이 | 배당과 매매 시 가격 차이 |
| 돈을 되찾는 경로 | 만기 또는 약정에 따른 중도해지 | 만기 상환 또는 시장 매도 | 주로 다른 투자자에게 매도 |
| 먼저 확인할 위험 | 보호 대상·한도, 중도해지 이율 | 미지급·부도, 금리 변화와 매도 가격 | 주가 하락·배당 감소·원금 손실 |
상품의 기본 구조를 비교한 표입니다. 전환사채·우선주·채권형 펀드 등 조건이 다른 상품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100만 원이라도 ‘3만 원’의 뜻은 다르다
이제 같은 기간의 가상 수치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모두 100만 원을 쓰고 1년 뒤 현금으로 회수한다고 가정합니다. 세금·수수료는 빼고, 예금과 채권의 약속은 정상적으로 이행됩니다.
- 정기예금: 연 3% 고정금리라면 1년 만기에 원금 100만 원과 이자 3만 원, 합계 103만 원을 받습니다.
- 회사채: 액면 100만 원짜리를 100만 원에 사고, 1년 만기에 액면과 연 3% 이자를 한 번에 받는 조건이라면 역시 합계 103만 원입니다.
- 주식: 10만 원짜리 10주를 샀다고 합시다. 1년 동안 주당 3천 원을 배당받았지만, 마지막에 주당 9만 원에 팔았다면 어떨까요? 배당 3만 원과 매도대금 90만 원을 합쳐 93만 원을 회수합니다. 처음 쓴 100만 원보다 7만 원 적습니다.
같은 3만 원을 받아도 전체 결과는 달랐습니다. 배당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전체가 이익인 것은 아닙니다. 주식을 더 비싸게 팔면 반대 결과도 가능합니다. 예금 이자와 주식 배당을 숫자만 맞춰 같은 수익으로 보지 않는 이유입니다.
채권도 액면과 내가 치른 매입가격이 다를 수 있습니다. 액면보다 비싸게 샀다면 만기에 액면을 돌려받아도 매입대금 전부를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자율만 보지 말고 가격과 상환 조건까지 함께 봐야 합니다.
채권은 만기까지 기다리면 언제나 안전할까
주식과 채권의 차이를 ‘위험한 것과 안전한 것’으로만 외우면 놓치는 부분이 생깁니다. 회사가 부도나면 채권 이자나 원금을 약속대로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재산에서 채권자가 주주보다 먼저 받을 권리가 있어도, 받을 돈 전부가 남아 있다는 보장은 아닙니다. 채권자 사이의 순위도 담보와 발행 조건 등에 따라 다릅니다. (SEC, 채권의 부도위험과 지급 순위)
만기 전에 팔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시장금리가 오를수록 기존 고정금리 채권의 가격은 대체로 내려갑니다. 새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는데, 낮은 이자를 주는 옛 채권을 같은 값에 사려는 사람은 줄기 때문입니다. 만기 상환 약속이 중도 매도 가격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SEC, 고정금리 채권의 금리위험 안내)
예금의 보호는 무엇을 지켜 줄까
예금보험공사의 현재 안내에서, 보호 대상 예금은 한 금융회사에서 한 사람이 가진 원금과 소정의 이자를 합해 1억 원까지 보호됩니다. 계좌나 지점마다 1억 원이 아닙니다. 소정의 이자는 약정이자와 공사가 정한 이자 중 적은 금액입니다. (예금보험공사, 보호한도·2026년 10월 확인)
이 한도는 2025년 9월 1일부터 적용됩니다. 은행에서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품이 예금처럼 보호되지는 않습니다. 금융위원회도 펀드 등 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지는 상품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합니다. 주식·회사채의 투자 손실을 예금보험이 메워 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가입할 상품의 보호 표시와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위원회, 예금보호한도 상향 문답 2·3·5·6·8번)
또 보호한도 안에 있다는 사실이 모든 위험을 없애지는 않습니다.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면 약정한 만기 이자를 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금액을 되받아도 물가가 오르면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줄어듭니다.
정리
- 주식은 사업의 몫, 채권은 원리금을 받을 권리다. 일반 보통주에는 정해진 원금 상환 약속이 없다.
- 주식과 채권의 차이는 배당과 이자뿐 아니라 회수 시점·가격·지급 의무에도 있다.
- 채권의 상환 약속은 부도나 중도 매도 손실까지 없애 주지 않는다.
- 예금은 보호 대상과 한도·약정을 확인한다. 무엇이든 가장 안전하거나 유리하다는 결론은 낼 수 없다.
노트에 한 줄
나는 누구에게 어떤 권리를 갖고, 언제 어떤 조건으로 돈을 되찾는가?
안나가 산 것은 돌려줄 돈의 약속이 아니라 회사의 몫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회사의 여러 특징은 VOC에서 한꺼번에 처음 생겼을까요? 다음에는 ‘최초의 주식회사’라는 익숙한 표현을 따져 봅니다.
다음 글 — ‘최초의 주식회사’는 정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일까
안나와 피터의 장면 및 수치는 허구입니다. 현대 상품의 일반 원리를 설명하며 특정 상품의 가입·매수·매도를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 조건과 보호 범위는 가입 시점의 설명서를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