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근육, ‘액추에이터 모듈’ 이해하기: 왜 단순한 모터가 아닐까?

우리가 원하는 로봇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습니다. 달걀을 스무스하게 깨서 후라이를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빨래도 각이 딱 잡히게 접어주면 좋겠습니다. 덜덜거리거나 소음은 당연히 나지 않아야겠죠? 이런 로봇을 만드는데 중요한 부품은 뭘까요? ‘액추에이터 모듈’ 입니다. 로봇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핵심, 액추에이터 모듈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액추에이터_감속기, 모터

1. 액추에이터, 그냥 모터가 아니다!

저도 처음에 로봇에 그냥 모터가 들어가겠거니 했습니다. 대충 모터가 들어간다고 이해해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실제 로봇 공학에서는 ‘액추에이터 모듈’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하나의 완결된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여러 핵심 부품이 하나로 뭉쳐있기 때문이 ‘모듈’이라고 하는데요. 이 ‘액추에이터 모듈’에 포함된 핵심 4가지 부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 모터: 힘을 만드는 동력원
    전기 에너지를 받아 회전하는 힘을 만들어내는 장치입니다. 우리가 아는 그 모터입니다. 하지만 모터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현재는 주로 BLDC(Brushless DC) 또는 PMSM(Permanent Magnet Synchronous Motor) 방식이 로봇에 사용됩니다.
  • 감속기: 힘을 키우는 변속기
    구동기에서 만든 회전하는 힘을 적절하게 줄이고, 물건을 들어 올리는 등의 힘을 증폭시키는 장치입니다. 보통은 기어의 이빨 수 차이를 이용해서 회전 수를 낮추고 출력되는 힘을 키웁니다. 이를 통해 로봇이 무거운 부하를 견딜 수 있게 하고, 정밀한 정지 제어를 가능하게 합니다. 유격이 거의 없는 ‘하모닉 드라이브’나 RV 감속기를 주로 사용합니다.
  • 엔코더: 위치를 읽는 센서
    현재 어떤 각도로, 얼마나 빨리 움직이고 있는지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장치입니다. 빛이나 자력을 이용해 회전 각도를 읽어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무 미세한 회전 각도까지 읽을 수 있다면 좋은 엔코더겠죠. 이 정보가 있어야 로봇이 자신의 팔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 제어기: 동작을 관리하는 두뇌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 모터에 흐르는 전기의 양과 방향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장치입니다. 엔코더가 보내주는 정보를 보고 “명령한 위치보다 덜 갔네? 전기를 더 보내!”라고 판단하며 초당 수만 번까지도 계산합니다. 최근에는 이 제어기가 모터 뒤에 아주 작게 붙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네 가지가 하나로 결합되어야 비로소 우리가 로봇 전시회에서 보는 ‘부드럽고 힘 있는 로봇 팔의 관절’이 완성됩니다.

2. 무엇이 만들기 가장 어려울까?

액추에이터 모듈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만들기 어려운 것은 단연코 ‘감속기’입니다.

아주 작은 단위로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고, 수만 번의 마찰에도 견딜 수 있는 특수 소재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 시장을 오랫동안 독점해온 기업들은 일본 기업입니다. Nabtesco는 무거운 하중을 견디는 감속기의 대장입니다. Harmonic Drive Systems는 작은 정밀 감속기의 대장입니다. 이 두 기업이 전 세계 감속기 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3. 감속기, 감속기, 감속기!

감속기는 로봇의 성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입니다. 감속기는 강성(변형에 저항하는 힘), 유격, 수명, 소음을 결정합니다.

  • 강성(변형에 저항하는 힘) : 로봇 관절이 무게를 받았을 때 얼마나 변형되지 않고 버티느냐는 감속기의 내부 기어와 베어링 강성에 달려 있습니다.
  • 유격: 기어 사이의 유격은 매우 중요한데요. 이 유격이 감속기의 정밀도도 관련이 있습니다. 유격으로 인해 정밀도가 낮아지면 로봇 끝단이 흔들리게 됩니다. 로봇용 정밀 감속기는 ‘제로 유격’에 가까운 성능을 목표로 합니다.
  • 수명: 감속기는 물리적 마찰이 발생하는 곳인데요. 기어의 마모가 곧 액추에이터의 수명 종료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마모에도 강해야 합니다. 로봇의 관절이 몇 번 움직였다고 감속기의 기어가 다 마모되면, 아무도 그 로봇을 사용하지 않겠죠?
  • 소음: 고속 회전하는 모터의 힘이 감속기 기어를 통과하며 증폭되거나 감쇄됩니다. 이 과정에서 소리가 날 수 있는데, 감속기 품질이 소음 수치를 좌우합니다. 가정에 있는 휴머노이드가 굉장한 소음을 내면서 돌아다닌다면 아무도 사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로봇 회사는 좋은 감속기를 써야 합니다. 어떤 감속기를 사용하기로 한 번 결정하면 회사는 그 결정을 거의 바꾸지 않습니다. 감속기를 바꾼다는 것은 그냥 부품 하나를 바꿔 끼워넣는 것이 아닌데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 감속기마다 겉모양, 장착을 위한 구멍의 위치 등이 제각각입니다. 그래서 감속기를 바꾸면 로봇 설계를 전부 수정해야 합니다. 이건 꽤나 큰 작업입니다.
  • 감속기마다 내부의 기어나 회전하는 정도 등이 다릅니다. 마찰 특성도 감속기마다 다릅니다. 따라서 특정 감속기를 사용하기로 하면, 그 감속기에 맞는 적절한 값을 로봇 소프트웨어에 반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감속기를 바꾸면? 이 값도 바꿔야 하는데, 이건 엑셀에서 수 몇 개를 바꿔 넣는 일이 아닙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입니다. 만약 적절한 값을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못 찾는다면? 로봇 회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골치 아픈 일이 될 겁니다.
  • 감속기가 실제 현장에서 수만 시간 동안 문제없이 돌아가는지 확인하는 ‘신뢰성 검증’에도 시간이 6개월~1년 걸립니다. 회사에게 시간은 돈입니다.
  • 만약 이미 판매된 로봇들이 있는데 중간에 감속기를 바꾼다? 유지 보수하려면 두 가지 부품에 대응해야 합니다. 이 또한 비용입니다.

4. 감속기만 있냐? 모터도 있다.

그냥 회전만 하면 로봇용 모터로 사용할 수 있을까요? 로봇 모터는 미세한 단위로 가고 서고를 반복해야 합니다. 멈춰있다가 명령이 떨어지면 즉시 최대 속도로 올라가야 하고, 멈춰야 할 때 오차 없이 서야 합니다. 따라서 모터 안의 회전체를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서 관성을 줄여야 하는데, 이게 기술입니다.

그리고 로봇 관절은 수시로 방향을 바꿉니다. 왼쪽으로 돌다가 0.01초만에 오른쪽으로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 매우 많습니다. 이걸 모터가 제어할 수 있어야 하겠죠.

모터가 고속으로 돌면서 힘을 내는 건 쉽습니다. 우리가 바라는 로봇은 아주 천천히 움직이면서도 무거운 물건을 버터야 할 겁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는데 빠르게 휙휙 움직인다면 무서워서 근처에 가겠습니까? 그리고 느린 속도에서도 떨림없이 부드럽게 움직여야 합니다. 울컥거리는 것도 없어야 하겠죠? 이걸 다 할 수 있는 모터를 만드는 것이 기술력입니다.

모터에서는 열도 많이 납니다. 모터 만들기도 쉽지 않네요. 특히 회전하지 않으면서 힘만 쓰고 있는 상태에서 열이 많이 발생합니다. 모터 안에는 자석이 있는데 이 자석은 열에 노출되면 힘이 약해집니다. 발열도 관리해야 하고, 열이 나는 상황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합니다.

모터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토크 밀도’입니다. 쉽게 말해서 “얼마나 작고 가벼우면서, 얼마나 강한 힘을 내는가?인데요. 이걸 잘하는 회사가 좋은 모터 회사입니다. 현재 이걸 잘하는 회사는 대표적으로 Maxon Group과 Kollmorgen입니다. Maxon Group은 초정밀 제어용 모터를 잘하고요, Kollmorgen은 프레임리스 모터를 잘합니다.

마치며: 고퀄리티의 액추에이터를 얼마나 많이 싸게 만들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테슬라, 현대차그룹 등에서 본인들이 만든 로봇을 공개하고 그 기술력을 자랑합니다. 그걸 본 우리는 ‘와, 로봇 시대가 멀지 않았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봇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생각보다 빠르지만 생각보다 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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